기형도, <빈 집>

 

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


잘 있거라, 짧았던 밤들아

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

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, 잘 있거라

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

망설임을 대신하는 눈물들아

잘 있거라,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


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

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* * * *


잘 있거라. 열망, 기다림, 쓸쓸함, 분노......
'사랑', 그 모든 것들을 향해 작별인사를 하자.

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내 마음을 다독여 줄 것이다.

그래도 남은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...

by 마린 | 2007/07/12 14:06 | 詩 안에 있는 나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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